개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
0. Index
- 들어가며
-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와 현 상황
- 2.1.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
- 2.2. 블로그의 현 상황
- 느낀 점
- 3.1. 블로그 운영 관점
- 3.2. 컨텐츠 관점
- 3.3. 블로그 인지도 관점
- 3.4. 커리어 관점
- 3.5. 기타
- 마치며
1. 들어가며
난 작년 9월부터 현재까지 약 9개월 간 개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생각보다 꽤 됐다. 지금 읽고 있는 탭의 도메인 이름(shoark7.github.io)이 내 블로그의 이름이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github의 무료 호스팅 서비스로 호스팅하고 있고, Jekyll로 컨텐츠를 만들고 관리한다. 이 서비스들은 꽤 괜찮기 때문에 블로그를 운영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한다.
9개월이라는 짧지만은 않은 시간동안 블로그를 운영하고 컨텐츠를 제작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언젠가 이에 대해 정리하고 싶었는데 딱 지금이 삘이 왔다. 원래는 느낀 점 자체보다는 블로그의 컨텐츠의 유입률 등의 메타분석을 할까 했었는데, 먼저 운영 자체에 대한 느낌을 전달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글을 쓴다.
2.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와 현 상황
2.1.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
느낀 점을 바로 살피기에 앞서 내 블로그의 지향점과 현재 운영 상황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내가 개발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 배운 내용을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싶었다.
- 개발을 공부하며 수많은 내용을 정리하는 데 예전에는 github에 보관했다. 하지만 github는 문서 정리용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수개월 뒤 자료를 다시 찾아보기도 너무 힘들었고, 접근성이 떨어지다보니 내용의 질이 나쁘지 않음에도 그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다. 대신 블로그에 내용을 정리함으로써 REST, 디자인 패턴 등 중요한 내용을 나중에 다시 찾아볼 때 큰 도움이 됐다.
- 내가 배우고 아는 내용을 타인과 나누고 싶었다.
- ‘내가 공부한 내용을 공유하고 싶다’ 아마 개발 블로그를 공유하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요즘은 유튜브 채널 등도 많이 운영하는데 아싸인 나로서는 블로그가 더 편했다.
-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 개발 블로그를 꾸준히 하고 배운 내용을 정리하면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이왕 블로그를 운영하는 거, 제대로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2.2. 블로그의 현 상황
내 블로그는 개발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개인적인 느낌이나 영감, 소중한 글을 저장하는 용도로도 쓰이고 있다. 특히 Insights 섹션에 관련 내용이 많은데 여기 글들은 내 사후에 출판될 수 있는 수준의 글들이 더 실릴 것이다.
블로그에서는 Google Analytics를 사용해서 블로그 현황을 매일 파악하고 있다. GA는 페이지에 자바스크립트 링크만 삽입하면 되기 때문에 사용법이 매우 간편한데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정말 많다. 개발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들은 분명 GA를 다 쓰고 계실 것이다. 다음 장의 많은 느낀 점들은 GA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 많다.
GA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블로그의 현재 성과는 2019년 6월 22일 현재 월간 순사용자 2천명, 재사용률 2.5%, 세션 시간 1분 08초 정도이다. 뭐 다른 파워 블로거들에 비하면 결코 위대한 성과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트래픽의 변동은 어느 수준까지는 쭉쭉 오르다가 이제는 약한 기울기의 성장세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인 지표는 다음 장에서 같이 살펴볼 생각이다.
단순 수치보다 더 만족스러운 것은 포스트들의 구글 검색 순위이다. 내 포스트들 중, 특히 개발 관련한 포스트들은 구글에서 검색 시 1페이지에 위치하는 것들이 좀 있다. 가령 논문을 통해 살펴본 REST, 동적 계획법을 사용한 TSP 알고리즘 구현 등등 더 많다. 구글 검색 순위가 곧 글의 완성도 자체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의 지표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내 포스트에 정성을 담아 작성하고 그래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만족하고 있다.
내 블로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이 정도까지 하고, 이제 내가 실제로 운영하면서 느낀 점을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3. 느낀 점
난 구조화
의 힘과 중요성을 확신하는 광신도다. 그렇기에 느낀 점을 몇몇 분류로 나눠 정리하도록 하자. 이들은 크게 블로그 운영, 컨텐츠, 블로그 인지도, 커리어, 기타 관점으로 나눠볼 수 있다.
3.1. 블로그 운영 관점
GA는 필수다
블로그를 진지하게 운영한다면 앞서 소개한 GA를 사용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아마 나는 GA의 전체 기능의 1%도 쓰고 있지 않을텐데 그럼에도 GA를 통해 얻는 정보가 상당하다. 내가 자주 확인하는 정보로는 다음이 있다:
- 일간, 주간, 월간 순사용자 수, 평균 세션 시간, 이탈률, 세션 수
- 트래픽 채널의 원천: 직접 입력, 구글링 등의 검색, 링크 클릭, 페이스북이나 카카오 등을 통해 공유된 링크 등
- 국가별 세션 수(당연히 대한민국이 95% 이상은 된다.)
- 기기별 세션 수(데스크탑, 모바일, 태블릿)
- 포스트별 세션 수
등등… 이런 정보들이 없었다면 내 블로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결코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글을 쓴다고 해도 실제 사람들이 읽는다는 확신이 없으니 블로그를 계속 운영할 동기부여도 떨어졌을 것이다. GA에 대한 온오프라인 강의가 있는 것이 이제는 이해가 간다.
혹시 개발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GA를 안 쓰시는 분들은 무조건 검색해서 쓰시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Jekyll은 매우 강력한 도구다
블로그 호스팅은 github를 사용한다. 가장 큰 이유는 ‘공짜’라서이다. 이 호스팅 서비스도 좋지만 나는 호스팅보다 포스트를 작성하면 그에 맞게 사이트를 제작해주는 Jekyll에 매우 큰 매력을 느꼈다. Jekyll은 정적인 사이트를 제작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이게 정말 좋다.
Jekyll은 라이브 서버를 제공해서 업로드 이전에 컨텐츠의 렌더링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고, 검색엔진 최적화(SEO)와 관련된 내용도 빌드하면 자동으로 관리해주며, 마크다운으로 포스트를 작성해도 HTML으로 자동 변환(build)해주기 때문에 컨텐츠를 작성하기도 쉽다.
이중 마크다운을 HTML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커스터마이즈하면 나만의 HTML 스타일링을 만들 수 있다. 가령 마크다운에서 >
사용하면 HTML로는 ‘blockquote’로 변환된다. Jekyll에서는 보통 마크다운으로 포스트를 작성하는데 이 마크다운은 어차피 HTML으로 변환되기 때문에 마크다운 중간에 HTML 코드를 넣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 blockquote를 만들고 나만의 클래스를 정의해 사용하면 내가 원하는 형태의 스타일링을 할 수 있다.
그 예로는 이 포스트의 2장에서 이미지 바로 밑에 문제 정의 섹션이 있는데 글자색이 하늘색으로서 마크다운으로 낼 수 없는 색이다. 이는 마크다운으로 포스트를 작성하면서 이 부분만 이미 만든 특정 클래스를 속성으로 하는 HTML 코드를 넣었기에 가능했다. 이렇게 Jekyll 안에서는 마크다운으로 포스트를 작성하면서도 나만의 HTML 스타일링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
HTML, CSS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다면 블로그를 만드실 분들께 Jekyll은 좋은 선택이다.
포스트 작성 주기를 정하자
블로그 포스트를 작성하는 것은 꽤나 귀찮은 일이다. 특히 내 포스트들은 평균 길이나 글자수가 꽤 많은 편인데, 하나의 포스트를 만들 때 적게는 4~5 시간, 많게는 7~8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그래서 꾸준히 글을 쓰자고 마음 먹어도 조금만 놓치면 어느새 1~2 주가 훌쩍 지나가 있기도 한다.
그래서 개인적인 포스트 작성 주기를 정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일주일에 하나는 쓰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마음 먹어도 사실 기한을 놓칠 때가 많다. 그래도 정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기한이 지나서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껴야 늦었지만 빨리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내 입장에서 다른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면 최신 포스트가 약 5 ~ 6개월 이전인 경우가 있다. 나는 이런 블로그를 보면 죽었구나
라는 느낌이 든다. 그게 목적이라면 상관없지만 난 블로그 작성이 재밌기 때문에 죽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런 면에서도 자신만의 작성 주기를 만들고 이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3.2. 컨텐츠 관점
컨텐츠 주제를 정하는 것은 스트레스다
LOL을 오랫동안 본 사람이라면 ‘강찬용’이라는 프로게이머를 알 수도 있다. 선수 시설 ‘Ambition’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했고 지금은 은퇴하고 유튜브에서 개인방송을 하고 있다. 내가 얼핏 이 사람이 하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때 뭐라고 했냐면 “방송이 끝나고 채널을 닫으면 ‘아 다음엔 무슨 방송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었지만 핵심내용은 관통한다.
나는 저 말을 듣고 비록 플랫폼은 다르지만 공감했다. 블로그를 하나 완성하고 업로드하면 그 순간에는 뿌듯한데 곧이어 막연한 걱정이 다가온다. ‘내가 정한 포스트 주기가 있는데 이제 갱신되어 다시 7일 남았네, 다음엔 어떤 주제로 글을 쓰지..?’
이게 느낌이 딱 와서 주제를 잡으면 쓰는 건 금방 쓴다. 근데 어떤 주제의 글을 쓸지 학교 수업마냥 매주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보니 내 마음에 들고, 또 팔릴만한 주제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 건전한 스트레스이기는 한데 만약 2주 이상 글을 못 쓰고 있다면 생각보다 신경이 많이 쓰인다. 이런 주제 선정은 아는만큼 글을 쓰기 때문에 공부를 계속해서, 꾸준히 해야하는 것도 있다.
컨텐츠를 잘 구조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건 좀 중요하다. 사람들은 ‘시스템을 구조화해야 한다’고 하면 쉽게 동의한다. 근데 ‘글의 구조화도 잘해야 한다’고 하면 아까만큼의 확신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글의 구조화
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글의 구조화라는 게 별게 아니다. 가령 논문을 읽는다고 하자. 근데 논문의 저자가 극단적인 미니멀리스트라서 논문 전체를 한 문장으로 만들었다고 하자. 일단 용량이 작아져서 개인은 흡족해한다. 하지만 이런 글이 좋은 글일까?
저 논문은 지금 구조가 전혀 잡혀있지 않다. 글의 구조화도 다른 구조화와 똑같다. 글에서 관련 내용끼리 묶어 장을 만들고, 장 안에서 절을 만들고, 절 안에서도 서로 다른 호흡 간에는 단락을 구분하고… 이런 작업을 글의 구조화라고 할 때, 구조화는 정말정말 중요하다.
이런 구조화가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가독성:
- No 1. 우선순위다. 일단 글에서 구조화가 안 되어 있으면 가독성이 매우 떨어진다. 컴퓨터는 HTML 문서를 한 줄로 받아도 문법만 맞으면 완벽하게 해석한다. 하지만 인간은 컴퓨터가 아니다. 글의 구조화가 안 되어 있으면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라도 독자가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심지어는 읽을 수조차 없다)
- 가독성을 증대하려는 노력은 언제나 의미있다. 앞서 Jekyll을 통해 HTML 태그를 나만의 방법으로 스타일링할 수 있다고 했다. 난 나만의 구조화 스타일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 가령 장과 장 사이의 간격, 절과 절 사이의 간격을 직접 테스트하면서 CSS 파일을 수정했다.
- 또 글에서 평문, bold체, Italic체를 사용하는 상황의 구분 등을 구별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서, 문장 안에서 코드를 인용한다고 하자. 한 문장 안에서 다른 단어들과 코드는 공존하지만 서로 다른 의미(Semantic)를 갖는다. 따라서 나는 코드 부분에는 Italic을 적용한다. 이런 나만의 스타일링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노력 자체를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확신한다.
- 검색 엔진 최적화
- 구조화는 또 구글, 네이버 등의 검색엔진의 최적화에 영향을 미친다. 내가 검색엔진의 동작의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이것만은 안다. 구조화 안 된 글보다는 HTML 요소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짠 글이 더 잘 검색되리란 것을. 이때 중요한 것은 전체 글에서 장, 절 등을 똑부러지게 구분할 수 있는지의 요소일 것이다. 지금 이 글에서도 숫자가 메겨져 있는 것들은 구조화를 위한 내 노력의 발로이다.
단순히 작성한 코드를 업로드한 것을 넘어, 나만 이해하는 내용을 넘어 잘 쓴 글, 가독성 좋은 글, 잘 팔리는 글을 쓰려면 구조화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오탈자 체크 필수
글을 쓰는 누구나 오탈자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으로 줄일 수는 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데 아직 초고도 안 끝낸 위의 내용에도 오탈자가 작렬할 것이라 생각한다. 오탈자는 보통 글의 핵심적인 내용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데 신기하게 글의 전체적인 완성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정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그런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남이 읽으라는 용도로 블로그를 쓰는 사람이 퇴고를 거치지 않고 글을 쓰면 오탈자가 꽤 나올 것이다. 그런 글은 끝까지 읽지 않아도 저자의 수준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내 글들이 수업 등에서 교보재로 쓰일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의 내용을 넘어 글 자체의 최종적인 완성도를 매우 중요하게 취급해야 한다. 이에 필수적으로 오탈자, 띄어쓰기, 문법, 비문 등을 예민하게 체크하며 글을 여러 번, 자세히 퇴고하려 한다. 심지어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두 문장이 같은 의미의 단어를 쓰고 있다면 한 문장에서 단어를 비슷한 의미의 다른 단어로 바꿔주는 등의 섬세한 주의도 기울여야 한다.
이 짓을 워낙 많이 하다 보니 난 어떤 글을 읽어도 마지막 완성도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편이다. 꼭 그렇게 마음먹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된다. 집착일 수도 있는데 별 생각없이 끄적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모바일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글을 써도 모바일 환경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나는 개발 관련 내용을 적기 때문에 데스크탑 비중이 훨씬 높기는 하다. 내 블로그에서는 보통 개발을 하다가, 컴퓨터로 과제를 하다가 관련 내용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 비중이 오늘 기준으로 35% 정도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글을 퇴고하고 업로드 후에는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으로 읽으면서 내용이 모바일로 읽을 때에도 잘 읽히는지 확인한다. 이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필수적인 practice다.
근데 관련해서 고민이 있다. 내 블로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알고리즘 포스트에는 당연히 코드가 많다. 근데 데스크탑에서는 깔끔하게 보여도 화면이 작다보니 모바일 환경에서는 한 줄에 코드가 넘치면 wrap, 즉 아랫줄로 내려간다. 이게 가독성이 꽤 안 좋다. 어떤 게 최선일까 잘 모르겠다. 곧 결단을 내려서 코드 관련 HTML 요소의 CSS를 수정해야겠다.
3.3. 블로그 인지도 관점
들인 시간과 정성이 곧 검색 순위 상위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난 포스트의 검색 순위 지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게 어떤 식으로든 내 포스트의 질을 표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나름의 ‘역작’이라고 생각하고 시간과 정성을 쏟아 글을 써도 그게 꼭 검색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내 개발 블로그의 트래픽 발생 순위를 매주 확인해보면 보통 상위 10%는 다 개발, 특히 알고리즘 포스트들이다. 전체 포스트 중에서 알고리즘 포스트 비율이 약 25%로 다른 범주에 비해 높은 것은 맞다. 그렇지만 상위 10% 포스트가 모두 알고리즘이라는 것은 나름 재미있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알고리즘이 아닌 포스트, 특히 개발이 아닌 주제의 포스트들은 크게 관심 받지 못하고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운영 초창기에 쓴 나머지 연산 결정법이나 반려견 - 견주 산책갈등론은 꽤나 가치 있는 인사이트를 담고 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글은 거의 읽히지 않는다. 처음엔 조금 슬펐는데 어차피 내 사후에 출판하면 상관없지 싶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의 느낀 점이 중요해진다.
인지도가 중요하면 팔릴만한 주제를 선정하자
만약 단순 정리가 아닌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내 몇몇 포스트처럼 외면받지 않으려면 팔릴만한 주제로 글을 써야 한다. 다시 말해 주제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팔릴만한 주제’란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거나’, ‘관련 검색이 많을 법한’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보자. 내 블로그에서 꾸준히 매주 트래픽 상위권을 차지하는 포스트로는 조합 - 순열 구현 포스트가 있다. 나는 왜 이 포스트가 수요가 높을까 고민했는데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이 주제 자체가 현실에서 자주 언급되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조합, 순열은 중등 수준에서 배우는 수학이고, 특히 알고리즘이 지나치게 어렵지 않아서 대학교 과제나 알고리즘 연습용으로 매우 좋다. 이를 증명하듯 알고리즘 포스트들의 순위를 보건대 피보나치 수열, 조합-순열, 이항계수 등 지나치게 어렵지 않아서 초보 개발자가 질문 받고 연습하기 쉬운 주제들이 많이 검색되고 방문되는 것 같다.
이때 잘 이해가 안 가는 포스트가 있다. 언젠가 1부터 N까지의 합에 대해 정리했는데 크게 3가지의 방법을 소개한다. 반복문으로 더하기, 분할정복으로 풀기, 가우스 정리 사용하기… 이 포스트의 순위는 매주 1 ~ 3등을 다투는데 왜 이 포스트가 수요가 높은지 이해가 잘 안 된다. 가우스의 방법은 초등학생도 앉혀놓고 이해시킬 수 있을만한 난이도인데(솔직히 그렇다) 이 알고리즘을 확인하려고 오는건가? 아니면 반복문을 처음 배워서 활용 예제를 푸는 중인가? 아니면 분할정복의 어썸한 방법을 배우고 싶은 것인가? 이건 정말 잘 모르겠다.
결론은 만약 단순 정리를 넘어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주제를 신중하게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컨텐츠의 Meta 데이터를 신중하게 작성하자
일단 웹에서는 모든 컨텐츠는 결국 HTML로 작성된다. 이때 페이지의 head 요소에 meta 요소를 쓸 수 있다. 이 meta 요소를 잘 작성해야 한다. 검색 순위를 높이는 데 꽤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meta 요소에서 title, description 속성은 정말 중요하다. 구글에서 검색 시 title은 검색 시 가장 큰 제목으로, description은 링크 밑의 페이지 소개문장으로 표현된다.
우리가 검색을 할 때 검색어에 오탈자를 내면 기대 안 한 전혀 다른 내용이 나오듯, 이 중요한 속성들에도 오탈자가 있거나 애매하게 적어놓으면 검색엔진이 제대로 참고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기에 본문도 물론 마찬가지지만, title, description과 같은 매우 중요한 meta 요소에 적는 내용은 다시 한 번 꼼꼼히 확인하고 내용도 신중하게 기입하자. 포스트를 온전하게 농축한 문장으로 정제해서 적을 수 있어야 하겠다.
3.4. 커리어 관점
블로그가 매우 강력한 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에는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해서 시작한 것도 있다. 인사 담당자에게 더 눈에 띄거나 성실성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금까지 면접을 매우 많이 보지는 않아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지만 일단 지금까지의 면접을 살펴보면 이들은 블로그에 딱히 관심이 없다. 면접을 보러 가서 블로그에 대한 질문을 하는 곳은 단 한 곳뿐이었고 블로그의 내용을 하나라도 읽어봤는지, 아니 들어는 가봤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스타트업은 제품 생산 능력과 직결되지 않으면 정말로 관심을 주지 않는다.
물론 물론 매우 관심 있게 봐준 곳도 있다. 내 블로그의 컨텐츠를 많이 읽고 질문해준 곳도 있다. 개인적으로 참 고마웠는데 이런 경우는 특수하고, 아직까지는 ‘블로그로 재미를 봤다’고 말할 수 없다.
영어로 작성하는 것은 나쁘지는 않다
포스트를 조금씩 영어로 작성하고 있다. 아직 많지는 않은데 그래도 간간이 더 영어로 작성할 생각이다. 사실 영어로 작성하기 시작한 이유는 커리어보다는 트래픽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컸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한국어로 작성해서 한국에서 발생한 트래픽이 96%인데 순사용자가 2천명이라면, 같은 내용을 영어로 써서 예비 독자층을 전세계적으로 확대하면 사용자를 수만을 찍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데 이는 지나치게 순수한 생각이었다. 진화생물학에서 보면 보통 고립된 섬에서 자체 경쟁하고 진화한 생물종은 넓은 내륙에서 더 치열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진화한 종에 압도된다. 경쟁의 양과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차피 살아남았다면 더 치열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종이 상대적으로 덜한 환경에서 진화한 종보다 생존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갈라파고스라는 내륙에서 매우 먼 섬에서도 직접 확인한 결과기도 하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많이 읽히려면 구글의 검색 순위를 높여야 한다. 이때 영어로 작성하면 내가 경쟁해야 하는 포스트의 수가 한국어로 작성했을 때보다 증가한다. 그래서인지 영어로 쓴 포스트는 검색해도 모두 3페이지 이내에 뜨지 않는다. 아무래도 내용을 영어로 작성해서 트래픽 수를 올리기는 당장은 힘들 것 같다.
그래서 목적을 조금 바꿨다. 내가 언젠가 해외로 일을 하러 가게 되면 영어로 글을 작성한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최소한의 영어능력이 된다는 것을 해외의 인사담당자들에게 어필할 수도 있고, 또 영어를 쓰는 것 자체가 영어실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3.5. 기타
글을 쓰는 것 자체는 언제나 옳다
마지막이다. 꼭 커리어나 명예 등을 떠나서 글을 쓰는 것 자체는 반드시 이후에 도움이 된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많은 글을 읽고 쓰고 수정하고 오탈자에 예민하게 반응하다보니 내가 쓰는 다른 글의 품질 또한 향상됐음을 느낀다. 일례로 현재 패스트캠퍼스에서 조교로 알바 뛰고 있는데 수강생들을 위해 내용 설명문서를 간간이 만든다. 이때 글을 쓴 경험이 도움이 됐는지 글이 일사천리로 써지고 쓰고 읽어봐도 오탈자나 비문의 비율이 현저히 줄었다.
이는 꼭 내가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바이기도 하다. 매일매일 조금씩 쓰라고. 매일은 못 쓰더라도 꾸준히 쓰는 것은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블로그든, 다른 플랫폼이든 글을 쓰는 노력은 분명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4. 마치며
생각보다 길어졌다. 줄은 250줄 정도밖에 안 되는게 이번에는 코드가 없고 완전 문장뿐이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렸다. 근데 홀가분하다. 꼭 한 번 정리하고 싶었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내가 느낀 점을.
혹시 이 글이 블로그를 갓 시작했거나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럴 수 있으면 뿌듯할 것 같다.
만약 이 블로그가 1년이 되고, 2, 3년이 되도록 살아남는다면 더 좋은 블로그가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더 느끼는 바가 있고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블로그를 운영한 것이 자랑스럽다. 많이 배웠고 개인적으로 조촐한 성과에 만족한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꾸준히 글을 더 쓰고, 트래픽도 늘려야겠다. 지금이야 아무도 몰라주지만 반드시 빛을 볼 날이 있으리라 믿으며.
이상 포스트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