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oms' girl's gener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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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version
어릴 적에 할머니의 존재는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할머니는 나와 먼 곳에 사셨고 새해나 추석같은 명절에만 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분이 내 엄마의 엄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리 친근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Out of sight, out of mind’ 이건 정말 현명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또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할머니를 방문할 때면, 할머니는 무릎이 안 좋으셔서 절뚝거리시면서도 날 보며 진정한 행복을 머금은 미소를 보여주셨는데, 그때면 나는 모계 그 작은 가족 안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당신의 60대부터이기 때문에 난 그분의 어릴 때와 중년기를 모른다. 아니, 할머니의 인생에 대해 딱히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할머니는 그냥 60대의 그 할머니였고, 내가 명절 때와 같이 가끔 찾아뵙는 분이었다. 할머니의 존재의 의미는 내게 이게 전부였다.
가끔씩 할머니는 자신의 딸, 엄마를 방문해 집에서 며칠 머물다 가시곤 했는데, 할머니는 평소 거동이 편치 않으셨기 때문에 대부분 집에 계시면서 엄마와 대화를 많이 하시곤 했다. 그때의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내가 한 8~9살 때였고 난 당시 구몬 수학을 매일매일 했는데 그때 아마 두 자리수의 곱셈을 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44 곱하기 15’같은. 그때 잘 안 풀려서 바로 옆에서 TV를 보고 계시던 할머니께 여쭤봤다. 내가 여쭤봤을 때 할머니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그걸 엄마가 보시더니 ‘할머니는 곱셈을 못하셔’라고 말해주셨는데 그게 내게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나의 세계’에서 어른이 곱하기를 못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곱하기는 연산의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닌가. 할머니가 곱셈을 못하신 이유는 어릴 때 가정환경이 불운했고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하셨기 때문인데 당시 내 나이에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의 말씀을 듣고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는 그때 나에게 있어 데미안의 밝은 세계의 바깥에 속한 분이셨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로부터 약 10여 년이 지난 후, 수많은 일을 겪었고 결국은 내 책상에 앉아 있었는데, 그 바로 오른편엔 책장이 있었다. 그 책장에는 수많은 책들이 있었는데 내가 어릴 때 읽은 책부터 경영학 서적, 컴퓨터 서적, 진화 생물학 책 등등. 그 책들과 함께 내 책이 아닌 책들도 있었다. 바로 엄마의 요리책으로 신혼 때 사셨던 책들이 꽤 많이 있었다. 이제는 거의 30년이 된 책들은 이제는 누렇게 색이 바랬는데 그런 의미에서 그 책들은 우리 가족의 역사, 그 고독의 시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책장에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많은 책들이 쌓여갔고 결국 필요없는 책들은 정리하고 엄마의 요리책은 엄마의 방으로 옮겨야 할 때가 왔다. 솔직히 그 책들은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엄마가 보시지도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버리려고 했다. 단순히 버리지 않고 옮기거나 하기 위해서는 책을 하나씩 보며 분류하는 일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귀찮았다. 요리책만 이야기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른 책이나 폴더, 앨범 등도 같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책장에서 몇 권 꺼내 잠시 살펴봤다. 그러던 중 책장의 구석에서 라벨 하나 붙어 있지 않은 검은 폴더를 하나 찾았다. 평소 가계부 등 모든 책, 폴더 등에 라벨링을 세심하게 하는 엄마 성격상 아무런 표시가 없다는 것에 의아해하며 폴더를 열었다.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폴더를 열었는데 그곳엔 역사가 있었다. 폴더 안에는 엄마와 할머니가 주고 받은 수많은 편지 꾸러미가 들어있었다. 우리 엄마는 어릴 적 부산에서 성장하셨는데 19살에 취직하셔서 서울에 있는 은행에서 근무하셨다. 그래서 엄마와 할머니는 서로 먼 곳에 있어야 했고 그 당시엔 당연히 SNS, 스마트폰도 없어 연락이 지금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가 상경하신 후 수년간 편지를 서로 주고 받으셨고 엄마는 그 편지들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계셨다. 그리고 나는 우연찮게 그 역사가 다시 빛을 보게 한 것이다.
상술했듯이 할머니하면 떠오르는 나의 인식은 연로함, 약함, 내가 도저히 못 참는 젓갈 냄새 정도였다. 하지만 편지 속의 할머니는 전혀 달랐다. 그녀는 엄마였고, 여자였다. 비록 당신의 철자는 꽤나 부정확했고 또 필기도 삐뚤삐뚤 했지만 당신의 딸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도시 생활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을 난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엄마는 할머니의 편지들에 자신의 답변을 달며 할머니에 대한 자신의 사랑과 걱정을 표현하셨는데 여기서도 완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아.. 편지에서 느껴진 두 분의 이러한 마음을 어떻게 더 형언할 수 있을까. 아쉬운 마음에 영어에서 한글로 다시 적었지만 내 어휘력은 여전히 부족하고 그것이 마음 아프다. 엄마와 할머니는 그들의 중년과 노년의 한가운데에 계신다. 그래, 두 분은 각자의 모진 삶의 풍파 속에서 시간과 주름을 비껴가시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분명 자신들의 순수하고 무결한 소녀시대를 여전히 가지고 계신다. 누군가의 엄마, 할머니라는 대명사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고유명사로서의 나, 그리고 나의 시간, 시대. 난 짧은 내 생애동안 너무나 무심히 그들의 정체성을 멋대로 규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감정을 마음속 깊이, 사무치게 느끼고 말았다.
편지는 더 있었지만 도무지 더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고 바로 폴더를 덮어버렸다. 왜 그랬을까? 그리고 난 두 분의 진실하고 무결한 사랑의 기록을 혹여나 함부로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책장 정리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 야밤에 책장을 외면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깊게 한숨쉬고 말았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다시 10여 년이 지나고 지금 이 자리에 있다. 할머니 건강이 안 좋으신데 솔직히 힘드시다. 80대 중반이시고, 의사는 10월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내 엄마를 포함한 그녀의 아들과 딸들은 가능한 한 많이 할머니를 방문하고 있고 나도 최근에 방문하게 됐다.
일하고 나서 아마 월요일 오후였을 것이다. 엄마는 일요일부터 병원에 계셨고 병원에서 두 분을 만났다. 그때 할머니는 이미 의식을 잃고 아무 말씀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전에 찾아뵐 때는 항상 진심 가득한 큰 미소를 보여주시던 할머니였기 때문에 의식을 잃은 할머니는 내게 어색하게 다가왔다. 미소 대신 할머니의 두 눈은 감겨 있었고 입은 크게 벌려져 있는 상태였는데 당연히 나의 존재를 인식하실 수 없었다. 할머니는 다소 통통하신 체격이셨는데, 병원에 방문했을 때의 할머니는 너무나 많이 살이 빠지셔서 ‘당황했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놀랐다. 솔직히 말해서 그때 난 그 모습을 살아있는 미라를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감히 입밖에 꺼내지는 않았다.
엄마는 할 말을 잃고 쭈뼛쭈뼛 서있는 나에게 할머니 곁으로 오라고 하시면서, 할머니가 분명 들으실 수 있으시니 아무 말이라도 하라고 하셨다. 분명 나는 할머니가 무의식 상태라고 들었는데? 하지만 되묻지 않고 할머니 바로 옆에 다가갔다. 할머니의 손과 다리는 너무 부어올라서 마치 신생아를 보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이라도 하기 위해 다가갔지만 생각보다 너무 할 말이 없었고 결국 나는 물어나야 했다. 그리고 그래야 했던 내가 미웠고 마음이 아팠다. 병상에 있는 분은 내 할머니임에도 난 할 말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내 엄마는 할머니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본인이 할머니 입술에 바셀린을 발라드렸다고 말씀하셨다. 확실히 할머니의 입술은 매끄럽고 엷게 빛을 띄고 있었는데 이는 그녀 얼굴의 다른 부분들과 인상깊은 대조를 이뤘다. 엄마는 할머니의 입술을 톡톡 토닥이면서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입술에 바셀린을 발라드리니 내 엄마 너무 이쁘다. 그렇지?’ 난 엄마의 그 말씀이 진심이라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살이 너무나 많이 빠지고, 의식을 잃으신 채 입을 쩍 벌린 그때의 할머니는 바셀린의 유무를 떠나서 내게는 살아있는 미라처럼 느껴졌지만, 난 그 말씀을 듣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내 생각을 바꿨다. ‘진정한 사랑은 내 잘못된 편견보다 훨씬 더 짙은 호소력을 갖는구나’, 난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두 분의 소녀시대는 현재진행형이며 내가 그것이 가능한 더 오래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온 마음 다해 느꼈다. 난 내 삶을 성취로 가득 채워야 할 또 다른 이유를 찾은 것이다. 내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지만, 그 행복을 구성하는 요소 중 적지 않은 비율을 가족이 차지하는구나. 이것을 알게 됐다.
English version
When I was young, existence of my grandma was not a big deal to me. She has lived far away from where I’m living until now and we could meet only on main national holidays like Happy New year’s day and Chuseok, the Korean harvest day. Of course I know she is the mother of my mom but I couldn’t feel much intimacy. ‘Out of sight, out of mind’ is a real wise saying, I guess. But blood is thicker than water too. When I visited and saw her smile at me with true happiness, while staggering because of trouble with her knees, I could feel real warm in those little families altogether.
My first memory with her was her early 60s, so I don’t know much about her young and middle ages. And I didn’t think any harder about her life. She was just her, in her 60s, whom I visit only on holidays and some occassions. That was all to me.
But sometimes she visited her daughter’s house for several days every year. She was uncomfortable with her moving so she mostly stayed at home and talked to his daughter, my mom. I have a memory with her in our home. You know, when I was young I payed Kumon, a famous home-school materials’ brand in Korea, and had studied math with it. I was about 8 or 9 and scope I was into was multiplying two 2-digit numbers like \(44 X 15\). I had a problem with it so I asked my grandma because she was right next to me. I guess she was watching a television. When I asked her, she didn’t say anything. My mother said ‘grandma can’t do multiplication of numbers’. I was somewhat surprised because it was unimaginable in my world. It was the very basic math. The reason was she wasn’t educated enough in her early ages because of her poor home environment. But I didn’t know of it at that age. I didn’t say any further out of my mouth until now but I got to know she was out of my world, the bright side of ‘Demian’.
10 years passed since then. I had undergone through many things and I was sitting by my large bookshelf on my right side. In that shelf, there were so many books: books when I read young, textbooks of college, computer science books, evolution books, etc. With them were cookbooks my mom had used when she was newly-married. They are about 30 years old and stained yellow now. In that sense, they infer history of our family, years of solitude.
My bookshelf was getting piled up with new books as the time passed so time had finally come that I needed to clean them up: getting rid of books I don’t need anymore and moving my mom’s books to her room and so on. My mom cooks really good and she doens’t need those books anymore. That’s why I planned to throw them away at first, not categorizing them into several sections cause it was boring to me.
I took my mom’s books out of the shelf and opened them once a while. While doing so, in a corner of the shelf, I found a black folder with some documents and there was no label on it. ‘what is this?’ came out of my mouth. I opened the folder and found history. Opening it were a bunch of letters between my mom and grandmother. My mom was from Busan and she came Seoul when she was 19 to work at a bank where she met my father there. So mom and grandma were far away from each other and there were no SNS, smart phones to contact easily. So they mailed to each other for several years and my mom has kept letters of her mom there and I found them.
As I said before, what I have seen and expected from my grandma was oldness, weakness and fishy smell of Jeotgal I couldn’t stand. But grandma of the letters was totally different. She was a mom, and an woman. Although her spellings were quite uncorrect and her writings were crooked, I could feel unconditional love for daughter and concerns for city life with whole my body. My mom had left replies of her feelings and concerns for her mom on every letter from his mother and there was complete love too. How can I describe it more, my word never can be enough for it and I’m sad. My mom and grandma is in their middle age and old age. Yes, they couldn’t steer clear of time and wrinkles but… They also had their pure and innocent ages and their girls’ generations. They were also women, not just one’s mom and I thoughtlessly had defined their identities all through my life. I had felt them as a whole deep inside my heart.
I couldn’t dare to read those letters more and closed the folder right away. Why? And I stopped cleaning up the shelf on a concern that I might dump out the records of their true and innocent love. I sighed deeply at that night and turned my head against the shelf. There was nothing I could do but sitting in front of my desk and staring at a closed window on the desk. Nothing more…
Another 10 years passed and it’s now. My grandma is in poor health and not very good actually. She is at her middle 80s and a doctor says she can’t make it until September. Her sons and daughters(including my mom) visits the hospital as many times as possible and I also visited too.
I guess it was Monday afternoon after working at Daitgirls. My mom had been at hospital since Sunday and I met her at the hospital room. At then, grandma had lost her consciousness and could say nothing when I saw her. I felt weird because everytime that I had visited her she smiled big to me. In stead, her eyes were closed and mouth were wide open. My grandma had been somewhat plump when I was young but she was had lost so much weight and I was so surprised. Actually it was like looking at a live mummy. I shut my mouth up.
My mom said come over to grandma and say anything for her and she could hear what I say even though they’re unconscious. I walked by her side but I could not say much. Her hands and legs swelled up so much and it was like those of new born babies. I couldn’t help but stepping back because I had not much to say to her. That was what made me sad. I didn’t have much to say even though she was my grandma.
At then my mom stepped close to grandma and told me she applied vaseline to grandma’s lips. Surely, her lips gleamed and made a good contrast with other parts of her face. My mom patted her lips and said in smile, ‘my mom is so pretty with vaseline on her lips. Isn’t she?’. And I could feel that she really meant it. Yes, it was for sure. She was so confident that no sign of skepticism was shown to me. To be frank, grandma at then was like a live mummy to me but I changed my mind sincerely. ‘True love says much more than my wrong bias’, I had to admit it.
And I had to admit that their girls’ generations are still going on and I want to make it last long with full of my heart. I found another reason to make my life full of achievements.